중앙일보 김창우.한애란] 제일기획 최승아(24) 디자이너는 요즘 일 할 맛이 난다. 회사 측이 최근 서울 한남동 본사의 제작본부 조명을 형광등 대신 발광 다이오드(LED) 램프로 바꿔 작업하기가 편해졌기 때문이다.
최씨는 “인쇄 광고의 색상을 실제 색과 맞추는 일이 중요한데 조명을 바꾸니 깜박거리는 형광등을 쓸 때보다 눈의 피로가 훨씬 덜하다”고 말했다.
올 9월 부천시는 2200만원을 들여 시청 앞 잔디광장의 가로등 조명 122개를 할로겐에서 LED로 교체했다. 기기환 부천시청 에너지관리팀장은 “LED 전구가 비싸기는 하지만 수명이 길고 전기 소모량도 적어 연간 400만원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879년 에디슨이 발명한 이래 100여 년간 조명기구의 대명사로 군림했던 백열전구가 강력한 도전자를 만났다.
오방원 삼성전기 상무는 “내년부터 LED 조명이 형광등과 백열등을 대체하기 시작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각 가정에 파고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가 남영전구와 손잡고 개발한 LED 램프는 수명이 5만 시간 이상으로 백열등보다 50배 이상 길다. 오 상무는 “같은 밝기의 형광등에 비해 전력 소비량이 절반 이하인 데다 수은을 사용하지 않아 환경친화적”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LED 조명 도입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3개 주에서 백열전구를 사용하지 말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호주 역시 “백열등이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로 만들겠다”며 2010년까지 백열등을 모두 교체키로 했다.
한국에서도 산업자원부가 지난해 말 “2015년까지 조명의 30%를 LED로 바꾼다”는 ‘15/30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광원의 30%만 LED로 바꿔도 연간 1조6000억원어치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고 산자부는 추산했다.
세계 LED 시장은 일본 니치아, 독일 오스람, 미국 스탠리 등 6개 업체가 60%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는 “LED 시장이 매년 14% 이상 성장해 2012년이면 12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기·LG이노텍·서울반도체 등이 LED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ED 칩을 받아 조명 기구를 만드는 일은 중소기업이 앞서가고 있다.
서울 성수동 힐스테이트에 거실용 LED 조명등을 납품하는 케이디티(KDT)는 디자인업체인 이노디자인과 손잡고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연내 출시한다. 화우테크놀로지는 부천시 외에 인천시 와동 동사무소와 인천 여객터미널, 원주시 청사 등에 LED 조명을 설치했다.
대기업도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번개표 형광등으로 잘 알려진 금호전기는 국내 LED 부품업체인 루미마이크로와 함께 개발을 마치고 연말에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오창훈 LG이노텍 상무는 “고급 LCD 모니터와 TV의 백라이트 유닛으로 쓰이기 시작한 LED 램프가 조명기기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LED 조명 분야의 가장 큰 과제는 기술 독립이다. 일본 니치아는 지난달 서울반도체에 대해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해 1000여 건의 국내외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며 “외국 업체의 무차별 소송에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한애란 기자
2007년 11월 8일(목)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