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 김시래 기자]
할인점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의 조승호 이사. 그는 회사 내 온실가스(이산화탄소) 감축 책임자다. 그래서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 무엇인지 이리저리 알아봤는데 걸림돌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얼마 전엔 회사 차량에 경유 대신 환경 친화적인 바이오디젤을 넣기로 하고 판매업체를 수소문했다. 그런데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애쓴 끝에 수입업체 6곳을 찾아냈지만 구입하려 하니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르면 시판 바이오디젤 연료는 혼합 5%(BD 5)와 혼합 20%(BD 20) 두 종류뿐이었다. BD 5는 경유에 바이오 디젤을 5% 미만 섞은 제품인데, 일반 주유소에서 살 수 있다.
하지만 조 이사가 사려는 BD 20은 당국으로부터 지정받은 기업만 살 수 있게 돼 있었다. 회사 내에 BD 연료용 주유시설을 갖춰야 하는 규정 때문이었다. 차량 정비시설을 갖춰야 하고 외부 업체와 계약서도 필요했다. BD 연료를 사용하면 차가 더 자주 고장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지식경제부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BD 연료는 경유보다 싸지도 않았다. 환경에 대한 특별한 소신이 없는 한 이런 연료를 쓸 이유가 없는 셈이다.
◇신재생 에너지 쓰려다 보니=삼성테스코 본사인 영국 테스코는 교토의정서에 따라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6년 기준 25%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명박 정부도 21일 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삼성테스코는 영국 본사의 환경정책에 발맞춰 매년 2%씩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이를 위해 업계 최초로 22t(전장 19m)짜리 대형 수송차 10대를 샀다. 유통업체들은 도심에서 대형차 운행이 불편하기 때문에 주로 5t짜리를 쓴다. 하지만 테스코는 환경을 생각해 초대형 차를 샀다. 이 차를 굴리면 한 해 5t 트럭을 4만5000대 덜 운행하는 효과가 있다.
조 이사는 대체에너지도 쓰기로 했다. 하지만 고민이다. 태양광이 좋은지, 풍력이 좋은지, 지열이 좋은지 판단할 만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그가 조사해 보니 서·남해안 일대는 태양광과 풍력이, 서울·경기 지역은 지열이 많았다. 효율성도 모른 채 가까이서 생산되는 것만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재 정부는 관공서에서만 대체에너지를 5% 이상 쓰도록 권장하고, 어떤 것을 쓰든 상관없이 감축하는 이산화탄소 t당 5000원의 장려금을 준다.
◇조명 줄이기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홈플러스 매장은 다른 곳보다 조금 어둡다. 할인점과 백화점은 대체로 조명을 환하게 한다. 고객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테스코는 불빛 마케팅을 사실상 포기했다. 에너지 소비를 줄여 탄소 감축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지상 1.5m의 불빛을 기존의 1200럭스에서 1000럭스로 낮췄다. 유럽 기준은 800∼900럭스다. 문제는 소비자 의식이다. 조 이사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밝은 매장에 익숙한 고객들이 짜증을 내지나 않을지 조마조마하다”며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협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008-03-24]